닐리리아는 2016년 2월 대화형 인공지능, 즉 챗봇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지금은 자막과 문서, 웹툰까지 다루는 현지화 전문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첫 출발점은 번역이 아니라 챗봇이었다. 사명은 이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전통 민요 늴리리야에서 따온 이름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문장을 담았다.
대화를 옮기던 기술, 콘텐츠로 방향을 틀다
챗봇도 자막도 언어를 다루는 일이라는 점은 같았다. 방향 전환은 다음 해부터 구체화됐다. 2017년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신용보증기금의 초기 투자를 받으며 사업 기반을 다졌고, 회사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콘텐츠 현지화였다. 사람과 나누는 대화 한 마디를 옮기는 일에서, 영상 한 편 전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로 다루는 대상 자체가 바뀌었다.
2019년 7월, 첫 답을 내놓다
그 결실이 2019년 7월 선보인 컨텐츠플라이다. 유튜브 다국어 자막을 다루는 1세대 플랫폼으로, 챗봇에서 출발한 회사가 현지화 전문 기업으로 방향을 완전히 튼 지점이었다. 대화형 인공지능 개발사로 시작해 자막 전문 기업으로, 설립 3년 만에 회사의 정체성 자체가 바뀐 셈이다. 대화 한 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만드는지가 질문이던 회사에서, 콘텐츠 한 편을 얼마나 정확하게 옮기는지가 질문인 회사로 바뀐 것이다.
형태는 바뀌어도 원칙은 남았다
방향을 튼 이후에도 원칙은 그대로 이어졌다. 자막과 번역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100% 핸드메이드 방식을 지켰고, 그 원칙 위에는 정확성을 살피는 1차, 표현과 현지화를 다듬는 2차, 최종 품질을 점검하는 3차로 이어지는 3단계 QA 구조가 자리 잡았다. 전문 번역가 300명, 프리랜서 1,000명이 넘는 인력이 현재 10개 언어를 상시 지원하며, 누적 번역량은 1억 5천만 단어를 넘어섰다. 2024년에는 누적 매출 60억 원을 달성했고, 2026년에는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정과 중소기업확인증까지 받으며 조직의 형태도 갖췄다. 챗봇 하나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매출과 언어, 물량, 그리고 인증으로 규모를 증명하는 현지화 기업이 됐다.
그 판단은 지금 콘텐츠 업계에서 다시 확인된다
닐리리아가 챗봇에서 자막으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 콘텐츠 산업 자체도 몸집을 키웠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은 161조 4,839억 원, 수출액은 149억 582만 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2.6%, 5.9% 늘었다(2026년 4월 발표). 같은 조사에서 2025년 4분기 콘텐츠 사업체의 32.1%, 세 곳 중 한 곳이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대화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옮기는 과정 어딘가에 AI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산업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을 어디에 세울지는 그 기술 자체의 완성도보다, 그 기술이 실제로 콘텐츠가 흘러가는 자리에 있는지에 더 좌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