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리리아는 2016년 2월 문을 열었고, 3년 뒤인 2019년 7월 다국어 자막 서비스 컨텐츠플라이를 선보였다. 유튜브 콘텐츠를 여러 언어로 한 번에 볼 수 있게 만든 1세대 다국어 자막 플랫폼이었다. 지금은 낯설지 않은 개념이지만 그 시절엔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예 없었다.
없는 시장에 서비스를 놓다
크리에이터가 해외 구독자를 늘리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아는 번역가를 개인적으로 수소문하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자막 없이 영상을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수요는 있는데 그 수요를 받아줄 전문 서비스가 없는 상태, 컨텐츠플라이는 이 빈자리를 정면으로 겨눴다.
다국어 자막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던 시절에 이 서비스를 전문으로 놓는다는 결정은 수요를 확인하고 뛰어드는 일이 아니었다. 수요가 자리 잡을 곳을 미리 만들어놓고, 그 자리에 크리에이터와 시청자가 모여들기를 기다리는 일에 가까웠다. 참고할 선례가 없으니 QA 기준도, 번역가를 고르는 방식도, 납품 형식도 전부 스스로 정해야 했다. 실패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람이 만든 자막이 표준이 되기까지
컨텐츠플라이가 문을 연 순간부터 번역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맡았다. 100% 핸드메이드 원칙은 지금도 그대로다. 크리에이터와 채널이 여러 언어권 시청자를 한 번에 만나려면 자막은 빠르면서 정확해야 했다. 둘 중 하나만 지키는 곳은 많았지만 둘 다 지키는 곳은 드물었고, 닐리리아는 그 지점에서 다국어 자막 시장의 기준을 세워갔다.
그 사이 자막은 9개 언어에 걸쳐 88,748건이 쌓였고, 지금은 10개 언어를 상시 지원한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다루는 언어권의 폭도 함께 넓어졌다. 소수 인력으로 시작한 조직은 전문 번역가 300명, 프리랜서 1,000명 규모의 네트워크로 늘었다. 처음엔 시장이 없어서 만든 자리였는데, 그 자리를 지키는 사이 규모가 뒤따라왔다.
자리를 만든 회사, 지금은 시험대에 오르다
2019년엔 다국어 자막을 전문으로, 그것도 사람이 직접 옮기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곳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자막을 붙이는 방법 자체가 여러 갈래로 늘었다. 자동 번역 자막을 그대로 얹는 방식도 있고, 낮은 단가를 앞세운 대행도 있고, 사람이 직접 옮기고 다시 확인하는 방식도 여전히 있다. 선택지가 없던 시절에서 선택지가 너무 많은 시절로 넘어온 셈이다.
컨텐츠플라이가 2019년에 세운 원칙, 번역은 사람이 하고 사람이 다시 확인한다는 원칙은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지킨 원칙에 가까웠다. 자동화가 더 싸고 더 빠른 대안으로 자리 잡은 지금, 같은 원칙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선택의 문제가 됐다. 단가를 낮추려고 그 원칙을 접은 대행은 결국 오역이나 납기 지연이라는 형태로 대가를 되돌려 받는다.
그래서 콘텐츠를 맡기려는 기업이 정작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시장에 언제 들어왔는지가 아니라, 그 원칙을 몇 년째 그대로 지키고 있는지, 그리고 그 원칙이 실제 결과물로 확인되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