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WEBTOON)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1억 6천만 명이다.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기준 수치이고, 이 이용자 대다수가 해외 독자다. 웹툰과 웹소설은 국내에서 먼저 만들고 시간을 두고 번역해 내보내는 콘텐츠에서, 처음부터 여러 언어로 동시에 읽히는 콘텐츠로 자리를 옮겼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연재는 국내 인기를 확인한 다음에 따라붙는 순서였다면, 지금은 처음 공개하는 날부터 여러 언어권 독자가 같은 화를 기다린다. 이 변화가 곧 번역 수요다.
독자 수보다 언어 수가 먼저 정해진다
콘텐츠 하나가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연재되면 번역도 동시에 끝나야 한다. 한 언어권만 늦어도 그 나라 독자는 스포일러에 먼저 노출되거나 연재를 놓친다. 원작과 번역판 사이에 시차가 생기면 독자는 원문을 먼저 찾아 읽거나, 아예 불법 유통본으로 눈을 돌린다. 그래서 동시 연재를 전제로 한 웹툰·웹소설 번역은 순차 번역과는 다른 문제를 푼다. 언어를 하나씩 옮기는 게 아니라, 여러 언어를 같은 날짜에 맞춰 끝내야 한다. 닐리리아가 웹소설·웹툰 번역에서 10개 언어를 상시 지원 체제로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어마다 번역가를 순서대로 배정하는 방식으로는 동시 연재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언어 하나가 일정을 못 맞추면 그 언어권만 연재가 밀리는 게 아니라, 나머지 언어권까지 포함한 전체 공개 일정을 다시 조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웹툰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번역 수요의 속도다
독자 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시장 자체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81억 7천만 달러에서 2034년 147억 3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 연평균 성장률 6.72%). 시장이 두 배 가까이 커진다는 건 그만큼 새로 진입하는 언어권과 독자층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지금 웹툰 한 편을 몇 개 언어로 동시에 내보내느냐가, 몇 년 뒤 그 작품이 어느 시장까지 도달해 있을지를 가른다.
K-콘텐츠 수출 확대와 겹치는 흐름
K-콘텐츠 수출은 2025년 149억 582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9% 늘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6년 4월 발표). 같은 기간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은 161조 4,839억 원으로 2.6% 늘었는데, 그중 만화 부문은 7.4% 성장하며 산업 평균보다 빠르게 컸다. 웹툰과 웹소설은 이 수출액을 이루는 장르 중 하나이면서, 해외 독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창구이기도 하다. 독자가 원문에 가까운 완성도를 기대하는 시장일수록 번역 품질을 보는 눈높이도 함께 올라간다. 수출이 늘어난다는 소식 뒤에는, 결국 그 콘텐츠를 각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야 한다는 현실이 있다.
이제 웹툰·웹소설 번역은 콘텐츠를 완성한 뒤에 붙이는 후속 작업이 아니라, 그 작품이 며칠 안에 어디까지 퍼질 수 있는지를 정하는 조건이 됐다. 언어를 몇 개까지, 같은 날짜에 맞춰 낼 수 있느냐가 곧 그 작품이 도달하는 시장의 크기를 가른다. 동시 연재를 준비하는 콘텐츠 기업이라면, 번역 일정표를 원고 마감 일정과 같은 무게로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