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리리아는 10개 언어를 상시 지원 체계로 운영한다. 요청이 들어오면 그날 바로 투입할 번역가와 검수 인력을 언어별로 미리 확보해 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회사 실적을 들여다보면 숫자가 하나 어긋난다. 자막으로 쌓은 누적 실적은 9개 언어, 88,748건이다. 상시 지원 언어가 10개인데 실적은 왜 9개에 그칠까.
9와 10 사이, 사라진 언어 하나
답은 언어 자체가 아니라 집계 방식에 있다. 자막 실적을 뽑아 보면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스페인어·인도네시아어·태국어·러시아어 9개만 잡히고 대만어와 프랑스어가 0건으로 나온다. 대만어는 별도 언어가 아니라 중국어 번체라서, 집계에서는 이미 '중국어' 항목에 포함돼 있다. 프랑스어는 사정이 다르다. 닐리리아가 프랑스어로 옮기는 콘텐츠는 주로 웹툰이고, 자막 실적 집계는 유튜브 영상 채널 하나의 데이터만 담는다. 웹툰 물량이 유튜브 자막 통계에 잡히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지, 프랑스어 수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콘텐츠 유형이 다르면 같은 언어라도 실적에 잡히는 채널이 달라진다는 걸 이 격차가 보여준다.
요청이 뜸한 언어를 왜 계속 잡아두나
언어별 수요는 균일하지 않다. 콜로소 강의자막 140,588분, JTBC 236만 자, MBC WORLD 30,051분, EBS 1,352.5분, 코세라 3,190분처럼 방송·교육 분야의 대형 물량은 영어·일본어·중국어 쪽에 몰려 있다. 반면 러시아어나 인도네시아어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언어도 있다. 이 편차를 이유로 요청이 적은 언어의 인력 확보를 미루면, 다음 요청이 왔을 때 처음부터 번역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 검증된 번역가를 찾고 시범 작업으로 실력을 확인하는 데만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상시 지원은 이 재탐색 비용을 피하려고 수요가 낮은 언어에도 같은 강도로 인력을 유지하는 선택이다.
구조를 지탱하는 조건
닐리리아가 300명이 넘는 전문 번역가와 1,000명 규모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언어별로 상시 유지하고, 정확성과 표현·현지화, 최종 품질을 나눠 보는 3단계 QA를 10개 언어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상 현지화 시장 자체도 계속 커지는 추세다. 시장이 커진다는 건 요청이 들어오는 언어와 시점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번역가를 새로 구하는 방식으로는 이 불확실성을 따라잡기 어렵다.
이 구조를 유지한 결과가 50곳 이상의 기업 고객, 계약연장률 95%, 수정요청률 5% 미만이라는 지표로 이어진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순서다. 요청이 들어온 다음에 사람을 찾는 회사와, 요청이 오기 전부터 사람을 붙잡아 둔 회사는 같은 언어를 다뤄도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콘텐츠를 여러 언어권에 동시에 내보내려는 기업이라면, 상대의 지원 언어 목록에 몇 개가 적혀 있는지보다 그 목록 뒤에 검증된 사람이 지금 이 순간에도 대기하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